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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ravelog (여행의 기록)

여행의 Peak는 여행 중일 때다

by Nom De Plume 2020. 4. 3.

여행이 준 여운은 충분히 넉넉했지만 생각만큼 오래 가진 않았다.

돌아가야 할 직장인의 삶을 버티게 해 줄 대안으로서의 여행은 그 의미를 잃었다. 
지난 5월 급하게 준비해 다녀온 괌 여행 이후였다. 어쩌면 서른 즈음에 찾아오는 어떠한 무기력증의 하나로 다가온지도 모른다.

괌은 지금껏 발을 딛어 보았던 많지는 않은 지역 중 만족도 면에서 상당히 높은 순위를 차지한 곳이다, 다음 번에 찾게 된다면 어디어디에는 꼭 갈 것인지도 기억에 담아 두었을 만큼 언제든 기회를 만들어 다시 방문하고픈 곳으로 마음 속에 굳게 자리매김했고, 몇년 전 2번을 다녀왔지만 올해도 가족과 여행을 계획했었던 만큼 질리지 않는 여행지다.

 

2017년 5월의 괌


다른 여행지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쾌청한 하늘과 눈부신 햇살, 조금만 가면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해변에서는 한발만 다가서도 말 그대로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펼쳐져 있는, 여느 누구의 꿈 속에 나오는 유토피아가 이렇다 한들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런 곳이었다.

 

괌의 한적한 도로가 풍경


휴가 성수기 Premium이 잔뜩 붙어 저렴함과는 거리가 먼 가격을 감수하면서도 발 딛고 있던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나보다. 잠시간의 해방감을 위해 휴가 전 야근을 밥먹듯 하는 것도 그 순간에는 그리 비합리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.

 

괌의 해질녘 모습

 

여행은 계획할 때가 가장 좋다는 이야기에는 굳이 동조하고 싶지 않다.

 

여행을 나서기 전,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이동 경로를 고려해 숙소를 탐색하는 그 모든 준비과정들이 오히려 무기력함으로 귀결되는 직장인의 일상을 이어가는 데에 활력소가 된다는 생각도 든다.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은 가기 전까지만 좋다든지, 준비과정이 더 설렌다는 말들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의 여행에 대한 소망이나 욕구를 참으로 허무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만 같다.


여행을 준비하는 설레임이 여행의 과정과 그 이후에 비해 유독 크다고 해서 여행 그 자체와 그 과정, 귀결을 폄하하려는 시도는 삼가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.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에 우리가 얼마나 큰 기대와 꿈을 담을 수 있는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.

 

적어도 나에게는 여행을 하는 나날들이 가장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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